요즘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습니다. 분명 작년 이맘때쯤엔 8,000원이면 든든하게 먹었던 국밥이 어느새 10,000원이 훌쩍 넘었고, 퇴근 후 즐기던 치맥 세트는 3만 원에 육박합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값, 툭하면 오르는 교통비까지… 내 월급은 거북이처럼 기어가는데 물가는 토끼처럼 뛰어가는 이 상황, 도대체 왜 벌어지는 걸까요?
이 현상의 주범은 바로 뉴스에서 매일같이 언급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입니다. 오늘은 이 알쏭달쏭한 인플레이션이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왜 유독 내 월급은 더디게 오르는지에 대해 가장 쉽게! 핵심만 쏙쏙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인플레이션, 그게 대체 뭔데? (화폐 가치의 하락)
많은 분들이 인플레이션을 ‘물건값이 오르는 현상’이라고만 생각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더 정확한 의미는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같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는 현상’입니다.
아주 간단한 예시를 들어볼까요?
- 작년: 1,000원으로 붕어빵 2개를 살 수 있었다. (돈의 가치 > 붕어빵)
- 올해: 1,000원으로 붕어빵 1개밖에 살 수 없다. (돈의 가치 < 붕어빵)
붕어빵의 퀄리티가 갑자기 2배로 좋아진 게 아닌데도 가격이 올랐죠? 이는 붕어빵이 귀해졌다기보다, 1,000원이라는 돈의 힘(구매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본질입니다.
2. 인플레이션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걸까? (주요 원인 3가지)
그렇다면 돈의 가치는 왜 자꾸 떨어지는 걸까요? 크게 3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가) 수요가 너무 많을 때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부족해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고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 심리가 살아납니다. 모두가 사고 싶어 하는 한정판 운동화를 생각해보세요. 사고 싶은 사람은 100명인데 신발은 10개뿐이라면? 당연히 가격이 치솟을 겁니다. 이처럼 수요(사는 힘)가 공급(파는 양)을 초과할 때 물가가 오르는 것을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가 터져 나왔을 때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나) 만드는 비용이 비싸질 때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 “재료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 해요!”
우리가 사는 모든 물건과 서비스에는 ‘원가’가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올라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가 비싸지거나, 인건비가 상승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 생산 비용이 늘어납니다. 이 늘어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됩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었던 것이 바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을 때 (통화량 팽창)
- “중앙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찍어냈어요!”
경기가 어려워지면 정부나 중앙은행(한국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시장에 직접 돈을 푸는 정책(양적완화)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어떻게 될까요? 돈이 흔해지니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위에서 설명한 화폐 가치 하락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었던 것이 현재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3. 그래서, 내 월급은 왜 그대로일까? (임금의 경직성)
자, 이제 가장 속상한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물가는 저렇게 빠르게 오르는데 왜 내 월급은 제자리걸음일까요? 여기에는 ‘임금의 경직성(Sticky Wage)’이라는 슬픈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 연봉 계약: 대부분의 직장인은 1년에 한 번 연봉 협상을 합니다. 즉, 물가가 매달 올라도 내 월급은 1년간 그대로 묶여있는 셈이죠.
- 기업의 부담: 기업 역시 원자재 값 상승, 대출 이자 증가 등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직원의 임금을 물가 상승률만큼 올려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 ‘실질 임금’의 착시: 만약 올해 연봉이 3% 올랐다고 기뻐했는데,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이 5%였다면 어떨까요? 축하할 일이 아닙니다. 숫자로 보이는 명목 임금은 올랐지만, 실제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인 실질 임금은 오히려 2% 하락한 셈입니다. 내 지갑이 점점 얇아진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이해하는 것이 ‘내 돈’을 지키는 첫걸음
오늘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경제 현상이 우리 지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물건값이 오르는 현상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며, 수요 증가, 생산 비용 상승, 통화량 팽창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월급은 이러한 변화를 즉각적으로 따라가지 못하기에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죠.
우리가 당장 인플레이션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원리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무작정 아끼는 것을 넘어 ‘내 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현명한 소비 계획을 세우고, 내 자산이 인플레이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나 자기계발에 관심을 두는 등 보다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경제 공부,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이렇게 우리 생활과 직접 연결된 문제부터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바로 경제적 자유로 가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입니다.